생각은 왜 그러한 영향을 미치는가

생각은 상징적이기 때문에 의미를 지닌다. 생각은 그것이 가리키는 다른 무엇과 서로 임의적으로 관련을 맺는다는 점에서 상징이다. 우리가 생각을 할 때, 그 생각과 우리가 생각하는 그 사건 사이에는 상호적인 관계가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생각이 유용한 것은 이러한 과정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상상해 보자. “당신이 지금 앉아 있는 방의 문과 창문이 모두 잠겨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여기서 어떻게 빠져 나가겠는가?”

당신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지켜보라. 당신이 어떤 해결책에 도달한다면，당신은 실제 사건을 상징적인 방식으로 다룬 것이다. 당신은 마치 생각이 가리키는 실제 대상을 조작하고 있는 것처럼 그 생각을 대한 것이다. 이는 언어가 지니는 유용성의 한 부분이다. 우리는 탈출을 위해서 다양한 해결책을 실제로 시도해 볼 필요가 없다. 그것들을 상상으로 시도해 보면 된다.


인지적 융합(cognitive fusion)이란 관련짓기의 산물을 넘어서 관련짓기의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함으로써，생각이 행동 조절의 다른 원천들을 지배하게 되는 경향을 일컫는다. 덜 추상적인 용어로 표현하면，인지적 융합이란 우리의 생각을 마치 생각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처럼 간주하는 경향을 말한다. 문이 잠긴 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상상할 때는 생각의 과정이 유해하지 않을 것이다.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야지.’ 라고 생각한다고 가정해 보자. 상상 속에서 ‘핸드폰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상징적인 사건과 실제로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사건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사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여긴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당신은 실제로 핸드폰을 들고 친구의 전화번호를 누르는 것 처럼, 상상 속에서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 해결 상황에서 생각은 아주 유용하다.

그러나 다른 상황에서는 인지적융합이 매우 해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통과 관련하여 표현하는 ‘나는 ……이다’ 또는 ‘나는 ……하다'라는 형식의 모든 말들을 생각해 보자. “나는 너무 우울하다.” "나는 매우 불안하다.” “제기랄，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치료자는 내가 강박증이라고 말하더군.” “끊임없는 고통에 나는 너무 지쳤어.”


이러한 종류의 언어는 실제로 당신 자신을 당신의 고통과 동일시하게 만든다. 인지적 융합이란 당신이 이러한 말을 문자 그대로의 진실로 받아들이고, 결국에는 당신이 사실상 고통과 동일하다고 믿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이 러한 생각이 당신의 마음이 만들어 낸 생각임을 알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당신의 고통이 당신을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와 유사하게, 생각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평가적이기 때문에, 인지적 융합은 또한 마치 평가라는 것이 단지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 그 사건에 내재하는 속성인 것처럼 어떤사건에 평가적 요소를 부착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생각뿐만 아니라 실제 사건의 기능 또한 바뀌게 된다. 즉, 실제 침의 생리적 기능은 혐오스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기능에 의해 혐오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인지적 융합으로 침을 마시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 된다. 우리는 하루 종일 매우 행복하게 침을 삼킨다. 또한 언어를 모르는 목마른 동물들에게 침을 한 사발 주면, 말 그대로 ‘생각 없아 이를 핥아먹는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바로 그 생각만으로도 토하고 싶어진다. 와인 잔에 가득 찬 침을 들이마셔야 하는 유익한 상황은 별로없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에 혐오감을 갖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그리 해롭지 않다.





출처: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Steven C. Hayes